1. 책의 도입부
The Conference of The Birds
FARID UD-DIN ATTAR
어느날 전세계의 새들이 바닷가에 모였다. 태양이 눈부신 날이었다. 멀리서 파도가 밀려오면서 물방울들이 햇빛에 반사되고, 수평선 너머로는 가끔 돛단배가 오갔다. 여느 때 같으면 새들은 그 돛단배들 위를 가볍게 선회하거나 모래사장과 근처의 숲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 날만은 전세계의 새들이 일상의 일들을 중단하고 한 자리에 모였다. 바닷가 전체가 마치 일시에 검은 점들을 뿌려 놓은 듯 새들로 뒤덮였다. 어떤 새는 모래밭에, 어떤 새는 파도가 부딪치는 절벽 위에, 또 어떤 새는 사람들이 버린 둥근통 위에 앉았다. 몸집이 큰 새 위에 앉은 작은 새도 있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세계의 새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어느날 회의를 연 것이다. 그 회의는 자신들의 왕인 불멸의 새 ‘시머그’를 찾아나서기 위한 것이었다. 새처럼 연약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진리를 찾고 완전한 존재에 이르기 위해 목숨까지도 바쳐야 한다고 역설한 12세기 페르시아 신비가 파리드 우딘 아타르Farid ud-Din Attar의 대표작이다.
2. 아타르의 출가
아타르는 1120년 페르시아 북서 지방의 니샤푸르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루바이야트>로 유명한 시인 오마르 카이얌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아타르’라는 이름은 ‘향료 판매상’이란 뜻이다. 이름이 그렇듯이 그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젊은 시절에 생업에 몰두했다.
하루는 그가 가게 앞에 친구와 함께 앉아 있는데 한 수도승이 지나가다가 안을 들여다보고 향료 냄새를 맡더니 깊은 한숨을 쉬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타르는 그 가난한 수도승이 동정을 사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 여기고 그를 내쫓으려 했다.
수도승은 말했다.
“그렇다. 나는 곧 너의 가게를 떠날 것이고 이 세상과 작별할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수도승의 옷 한 벌뿐이다. 그러나, 아타르여, 나는 너를 슬퍼한다. 너는 언제나 이 속세의 물건들을 떠나서 진정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아타르는 진지한 마음이 들어 자신도 수도승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수도승은 “너는 운명대로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곧 그 자리에 누워 숨을 거두었다.
아타르는 마음에 깊은 인상을 받고는 아버지의 가게를 떠나 당시의 위대한 스승들을 찾아가 수행을 시작했다.
그후 39년에 걸쳐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많은 신비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다시 출생지로 돌아와 여생을 마칠 때까지 그는 무려 20만 편의 사행시와 산문을 남겼다.
그의 종교는 회교였지만 교리와 신학에 집착하는 보통의 회교가 아니라 ‘수피즘’이라고 일컬어지는 회교 신비주의였다. 이것은 불교의 선이나 기독교 신비주의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명상과 수행을 통해 자신 안에서 신을 찾고 신과의 하나됨을 추구하는 독특한 종교운동이었다. 따라서 남이 해설해 주는 교리에 의존하는 종교가 아니었다.
수피즘의 대표적인 신비가를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의 저자인 파리드 우딘 아타르와, 조금 나중에 살았던 잘랄루딘 루미Jalal-uddin Rumi를 든다. 루미 역시 수피즘이 낳은 위대한 시인이다. 수피즘을 연구하는 어떤 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루미는 빛나는 눈을 하고서 독수리처럼 날아올라 완성의 경지에 이르렀다. 반면에 아타르는 개미처럼 기어서 같은 장소에 도달했다.”
루미 자신은 아타르를 ‘영혼 그 자체’라고 묘사했다. 그래서 루미의 시에는 아타르의 이름이 수없이 등장한다.
이 책 <새들의 회의>는 그후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최근 들어 서양에 번역되면서 인생 성찰의 심오함과 뛰어난 문학성으로 금방 유명해지고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나 생떽쥐뻬리의 <어린왕자>처럼 널리 읽히는 책이 되었다.
3. 번역자의 말
처음에는 외부 세계에서 불멸의 존재를 찾지만 결국은 누구나 자신 안에서 불멸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와 하나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그러기 위해선 일곱 개의 골짜기를 지나가야 하는데, 그것들은 탐구와 이해와 사랑의 골짜기 등이다. 용기가 약하고 삶의 진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없어서 금방 세속적인 욕망에 휩쓸리는 새들은 도중에서 모두 낙오자가 된다. 그래서 결국 수천수만 마리의 새 중에 서른 마리의 새만이 자신들의 왕인 불멸의 새 ‘시머그’를 만난다.
눈쌓인 카프 산맥의 깊은 계곡에 빛으로 존재하는 시머그는 온갖 고난을 이기고 도착한 서른 마리의 새들에게, 그들이 곧 불멸의 존재가 되었음을 인정해 준다.
그동안 내가 공부하면서 찾은 정신세계와 깨달음에 관한 좋은 책들을 여럿 번역해 오면서, 이제는 번역 작업을 그만두고 나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마음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나와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소개하지 않으면 못내 아쉬울 책이 있었다면 그것이 <새들의 회의>였다. 이제 그 책의 첫장을 내 벗들이 넘기게 되어서 기쁘다.
류 시 화
4. 내가 좋아하는 구절
우리는 촛불과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나방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그처럼 어리석게 자신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충고에 감사하며 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의 가슴을 영원히 불꽃에 바쳤기 때문에 다른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인가 매우 어렸던 시절 뭣도 모르고 나는 이 책을 처음 사서 읽었다.
여러 이야기들이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도 이 촛불과 나방의 비유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 당시 매우 감명깊었던 까닭이리라. 그리고 아타르가 출가하는 부분도 또한 생생히 기억난다.
그 당시 나에게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을 권해주셨던 외삼촌께서
갈매기의 꿈보다 더 깊이 있는 책이 있다며 '새들의 회의'를 추천해주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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