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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다섯 가지 시 모음 - 꽃자리, 도토리 두 알, 사랑

by 축복받은 2022. 12. 13.

 1. 첫번째 시 -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꽃자리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2. 두 번째 시 - 제임스 패커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

 

저는 영혼에 위로를 주고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아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경험하게 되고,

그 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된다면 슬픔과 비탄의 굽이치는 파도 속에서도 평온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시련의 광풍 속에서도 진정한 평화를 찾게 될 것입니다.

제임스 패커 '하나님을 아는 지식' James I. Paker, Knowing God (Dowbers Grove: InterVarsity Press, 1973), 13-14.

https://en.wikipedia.org/wiki/J._I._Packer

 

 

 

 

 

3. 세 번째 시 - '걸어서 지구 끝까지'

 

"내가 킬리만자로 등반을 하면서 평소처럼 '남보다 빨리, 남보다 먼저'를 외쳤다면 나는 아마 정상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았을 것이다. 실제로 중요한 건 남과 비교해서 내가 얼만큼 왔는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힘을 제대로 축적하면서 알맞은 속도로 가고 있는가는 중요하고도 고마운 자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다면 남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가면서 무엇을 하는지 비교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게 어렵지는 않겠지."

한비야 '걸어서 지구 끝까지'

 

 

 

 

4. 네 번째 시 - '도토리 두 알'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것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것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 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박노해, "도토리 두 알,"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5. 다섯 번째 시 - '사랑'

 

"어둠이 몰려오는

도시의 작은 골목길 1톤 트럭 잡화장수

챙이 낡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전봇대 밑 맨땅을 발로 툭툭 찬다

돌아갈 집이나 있는지

 

한시도 사랑을 놓지 말자."

-김용택의 시, "사랑" 전문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어
몹시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허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 보면
당신도 이 세상의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세상은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산의 마음을 애틋이 사람하듯
사람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들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은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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